살아있는 맛 (2012년 4월 24일) - 고도원의 아침편지 오렌지를 먹는다. 오렌지는 향기롭다. 한 쪽 한 쪽 과육의 맛이 다 다르다. 모든 생명은 제 나름의 의외성을 갖고 있다. 흉내낸 생명에는 그런 것이 없고 언제나 맛이 똑같다. 복제품, 기성품은 애초부터 죽어 있다. 오직 생명만이 제 방식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 은희경의《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중에서 - * 오렌지 한 쪽 한 쪽의 맛이 다 다르듯이 사람의 맛, 사랑의 맛도 매일 매 순간 다 다릅니다.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박제된 짐승처럼 흉내낸 생명, 화석처럼 굳어져 버린 사랑, 항상 그 자리에 고정되어 있지만 이미 생명력을 잃고 죽어버린 상태의 연장일 뿐입니다. 사랑을 하는 것은 매 순간 생명을 나누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맛'을 늘 확인하는 것입니다. (2008년 4월23일 앙코르메일) 더보기 나무그늘 (2012년 4월 23일) - 고도원의 아침편지 척박한 땅에 나무를 많이 심는 사람일수록 나무그늘 아래서 쉴 틈이 없다. 정작 나무그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은 그가 뙤약볕 아래서 열심히 나무를 심을 때 쓸모없는 짓을 한다고 그를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이다. - 이외수의《하악하악》중에서 - * 설마, 나무그늘 아래 쉬면서 고마워하기는 커녕 손가락질하는 사람이야 있겠어요? 설사 있다 해도, 그러거나 저러거나 나무는 말이 없습니다. 나무는 자기 자신을 위해 그늘을 만들지 않습니다. 나무가 커갈수록 그늘도 함께 커질 뿐입니다. (2008년 4월16일자 앙코르메일) 더보기 그냥이라는 말 (2012년 4월 21일) - 고도원의 아침편지 그냥이라는 말 참 좋아요 별 변화 없이 그 모양 그대로라는 뜻 마음만으로 사랑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난처할 때 그냥했어요 라고 하면 다 포함하는 말 사람으로 치면 변명하지 않고 허풍 떨지 않아도 그냥 통하는 사람 그냥이라는 말 참 좋아요 자유다 속박이다 경계를 지우는 말 그냥 살아요 그냥 좋아요 산에 그냥 오르듯이 물이 그냥 흐르듯이 그냥이라는 말 그냥 좋아요 - 조동례의 중에서 - * '뭐해?' 라고 물으면 '그냥 있어'라는 대답이 섭섭히 들릴 때가 있어요. 무심한 척 관심없는 말 같으니까요. 하지만 안 그렇네요. 그냥이라는 말, 그냥 아주 자연스럽게, 산에 오르듯이, 물이 흐르듯이, 무심코 툭 튀어난 말이면서도 그 사람과의 딱딱한 선을 넘는 말. 그 모양 그대로 변함없는 '그냥'이 그냥 좋아졌어요. 더보기 이전 1 ··· 42 43 44 45 46 47 48 ··· 154 다음